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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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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물결처럼...

관리자 2018-01-31 15:53:05 조회수 5,016

양숙 프란치스카님의 글입니다.

 

 

그리움이 물결처럼...

 

 

당신이 일하던 그 진료실은 아침이면 우유 한 잔과 영양제를 먹기 위해 항상 환우들로 붐볐습니다. 그 우유는 사랑이 가득담긴 것임을 저는 알고 있지요.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채에 걸러 적당한 온도와 당도를 첨가해서 맛을 보셨지요. 언제나 당신의 무릎 위에 환우들의 발을 올려놓고 굳은살을 깎고 치료하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목요일엔 달걀을 한 판 삶아 오셔서 누구나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으셨고, 케비넷 위에는 작은 화분이며 갖가지 물건들을 올려놓고 필요한 사람은 언제나 가져가도록 하셨지요. 이렇게 당신 방에 가면 훈훈한 사랑이 있었고, 오랜 만에 환우들을 만나보는 기쁨도 함께 있었습니다.

 

 

팔다리가 없는 이씨 아저씨의 머리를 종종 감겨 주셨지요. 당신이 떠나신 후, 제가 감겨드리겠다고 하면 자존심이 강한 그 아저씨는 거절하셨지요. 아저씨는 몸의 상처와 여러 가지 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고생을 하셨지만, 그런 장애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자존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 잊지 못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권씨 할아버지가 간암으로 누워 계실 때 당신을 따라 문병한 적이 있었지요. 깨끗이 빨아온 상아색 내의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수건으로 갈아 입히고 미소를 보내시던 모습, 그리고 당신이 있어 고맙소, 행복하다고 하던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환우들에게 우유를 주시다가도 돌아가신 환우들의 시신 앞에 서서 기도를 하시곤 하셨지요. 고생한 삶의 끝에서 정말 수고했노라고, 천상의 행복을 빌었지요.

 

 

저희는 이처럼 당신의 사랑을 수없이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이 안 계신 지금은 저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딸기 케익과 크리스마스 과자를 맛볼 수는 없지만 당신들이 뿌리고 가신 그 사랑을 되씹고 되씹어 기쁘게 살아보고자합니다. 당신들이 베푼 사랑의 맛과 간호가 건네준 사랑의 맛이 비슷하다고 환우들이 느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때때로 전해 오는 환우들의 억지에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않는 넉넉함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늘 따뜻한 간호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직도 여기저기 당신의 냄새가 납니다. 몸은 떠났어도 마음은 거두지 않으셨을 줄 믿습니다.

 

 

다시 한 번, “할매

 

라고 불러봅니다. 하느님 앞에서 먼저 가신 당신들의 친구를 만나는 날까지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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