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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18 매일경제) 소록도 파란눈의 간호사 봉사, 세계에 알려야

관리자 2018-03-21 16:40:02 조회수 6,143

소록도 파란눈의 간호사 봉사, 세계에 알려야

오스트리아서 건너온 간호사…한평생 소록도 한센인에 바쳐
더 도울 일 없어 떠난다 했지만 사실은 경제적인 이유 컸던 듯
노후 돌봐주지 못한 죄책감 커, 그분들 업적 세상에 알리고파

 

"다른 나라 국민이 추천한 첫 노벨평화상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김연준 소록도성당 주임신부는 40년 이상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봉사와 사랑을 베풀다 홀연히 떠난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4)와 마가렛 피사렉(83)을 이같이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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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아 이들 공로를 전 세계에 알리고 베풂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김 신부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 신부는 2005년 1월 소록도성당 보조신부로 발령받았다. 이때가 두 간호사와 첫 만남이었다. 김 신부가 소록도에 와 보니 

두 간호사는 한센인들에게 '천사'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김 신부가 당시 "소록도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마리안느는 "예수님은 제자들 발을 닦아주셨어요. 한센인을 섬기

면 돼요"라고 했다. 김 신부는 "그 말을 되새겼더니 그다음부터는 힘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두 간호사는 같은 해 11월 22일 편지를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편지에는 '이제 소록도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회복지시스템도 발전했으니 이별을 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두 간호사가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김 신부만 알고 있었다. 김 신부는 "마리안느께서 떠나기 3일 전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두 간호사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에 너무 가슴 아팠다. 그는 "편지에는 자신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서 떠난다는 취지였지만 사실은 경제적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고 추정했다.

두 간호사는 소록도에서 '수녀'로 불렸다. 이 때문에 국립소록도병원 등 관계기관은 모두 수녀원에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는 사실이기도 했다. 두 간호사는 이들이 속한 오스트리아 다미안 재단이 소록도를 떠난 1971년 이후

급여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급여가 없으니 연금도 없었다. 소록도에 목욕탕과 정신병원, 영아원 등 건립 비용과 생활

자금은 모두 고국인 오스트리아에 호소해 받은 후원금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한국이 올림픽을 치른 1988년 이후 후원금은

급감했다. 김 신부는 "마리안느는 암에 걸리는 등 70세가 넘어서 무일푼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두 간호사는 소록도에서 살고 싶어했다"면서 "저에게 '저희는 한국 사람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평생을 보수 없이 봉사의 삶을 산 두 간호사 노후를 챙겨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김 신부. 그는 두 간호사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2013년 소록도성당 주임신부를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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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마리안느와 마가렛이 거주하던 집 앞에서 이들의 업적을 설명하는 김연준 소록도성당 주임 신부

 

김 신부는 발령받자마자 마리안느·마가렛이 거주하던 사택을 정비했다. 그는 "거의 폐허가 된 상태였다. 주민들이 기념으로

가져간 돌, 사진, 책 등을 모두 기증받아 복원했다"고 했다. 등록문화재 660호로 지정도 받았다.

이와 함께 김 신부는 두 간호사 업적을 전파하는 알림이 역할도 하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마리안느·마가렛 삶'에

대해 수많은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신부는 "전국 강연을 위해 1년에 6만㎞가량을 뛴다"고 했다.

김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을 설립했다. 그는 재단 설립 목적을 "두 간호사가 보여줬던 사랑의 전달자가 되기 위해서"

라고 말했다. 법인은 볼리비아 포토시의 한 산악마을에 문명퇴치운동과 의료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볼리비아에

간호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모든 지원은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름으로 한다.

지난해 11월에 꾸려진 '마리안느·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재단법인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추천위는 오는 10월까지 100만명 서명을 받아 증빙자료와 함께 내년

1월 노르웨이에 있는 노벨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지난해 두 간호사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두 간호사가 졸업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대학에서 오는 6월 5일 상영될 예정이다. 김 신부는 "두 간호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지 검토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김 신부는 "노벨평화상도 중요하지만 먼저 두 간호사가 어떤 분들인지 알리는 게 선행돼야 한다"면서 "사람에게 희망을 찾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소록도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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