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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19.연합뉴스) 사람들...김연준신부

admin 2018-01-31 20:07:20 조회수 2,817

"세상과 소통하는 '열린 소록도'가 됐으면 좋겠다"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소록도가 이제는 과거에만 묻혀 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도록

소록도 안과 밖에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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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록도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

 

다음달 열리는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요즘 정신없이 바쁜 소록도 성당 김연준 프란치스코 주임신부가

소록도 안과 밖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다.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식이나 공식행사는 소록도병원에서 주로 맡아 하지만 소록도와 한센인 100년의 역사를 꼼꼼히 살피고

이를 세상 밖으로 알리는 일은 김 신부가 주로 하고 있다.

김 신부는 100년의 세월 속에 소록도에 남겨진 온갖 얘기와 사람들의 사연을 직접 찾아 정리하고 있다.

김 신부는 "소록도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마다 모두 사연을 갖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과거 처참한 환경에서 나무에 목맨

나환자들이 많아 하는 말이지만 그만큼 이곳에는 수없이 많은 아픈 얘기와 슬픈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한센인 사연 하나하나가 모두 김 신부를 가슴 저리게 했지만

그중 그를 가장 안타깝고 후회스럽게 한 것은 마리안느·마가렛 수녀 얘기다.

 

1960년대 소록도에 온 외국인들이 40여년동안 돈 한푼 받지 않고 봉사정신 하나로 한센인을 돌 본 사연 때문만이 아니다.

누구도 한센인을 맨손으로 만지려 하지 않을 때 거리낌 없이 그들의 손과 발 온몸을 직접 만지며 치료에 나섰던 희생정신

때문만도 아니다.

 

안타까움과 후회는 70세가 넘어 한센인에게 '할매수녀'로 불린 이들이 "나이 들어 소록도에 부담이 되기 싫다"는

편지 한 통만 남기고 홀연히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을 때 이들을 너무 소홀히 대했다는 뒤늦은 뉘우침 때문이다.

김 신부는 "소록도 한센인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수고했지만 이 두 분은 정말 아낌없이 주기만 하셨다"며

"어리석게도 우리는 당연히 받아야할 것을 받은 것처럼 그분들을 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할매수녀가 11년전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보좌신부로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나도 그때 아무 생각없이 그분들을 보냈다"며

 "40년간 우리가 받았던 사랑을 이제는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100주년 기념식에 즈음해 김 신부는 할매 수녀 두분을 초청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마가렛 수녀는 오지 못하고 마리안느 수녀만

소록도를 다시 찾아 작지만 따스한 환영을 받았다.

 

김 신부는 할매수녀의 얘기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다큐멘터리로 제작, 올해 안에 개봉하고 그들의 삶을 책으로 엮을 예정이다.

할매수녀 얘기처럼 소록도를 세상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내놓고 싶은 것도 김 신부의 또 다른 구상이다.

과거 얘기만 하지 않고 지금의 소록도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고흥군과도 다양한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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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녹동과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

 

소록도를 이루고 있는 병원, 한센인 마을, 종교간 소통과 이웃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그의 관심사다.

그는 100주년을 맞아 '열린 소록도'를 위해 구성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소록도가 과거 100년의 어두운 옛이야기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100년의 밝은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신부는 "소록도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자신이 입은 상처가 얼마나 작은지 깨닫게 되고

소록도의 큰 상처를 보며 오히려 위안받는다"며 "소록도가 한센인들의 아픔을 눈으로 보는 곳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